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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6 치병필구우본(治病必救于本)

 한의학 만화인 "한방에 산다"의 작업을 맡게 되면서 알게 된 문구다. '황제내경'에 나오는 말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풀어 쓴다면 "병을 치료하려면 반드시 그 원인을 먼저 찾아내야 한다" 정도의 뜻이 되겠다.

 뭐라고 토를 달 수도 없을 정도로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굳이 병을 치료할 때에 국한해서 할 얘기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간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우리는 그러한 문제가 나타나게 한 '원인'을 먼저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당연한 얘기를 왜 하는가? 이 당연한 원리가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크게 1)원인을 찾아 고치는 방법과 2)결과를 입맛에 맞게 두들겨 고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펄펄 끓는 솥에서 물이 넘친다. 끓는 것이 원인이므로 불을 줄이거나 끄든가, 아니면 하다못해 솥에 든 물의 양이라도 조금 줄이는 것이 원인을 찾아 고치는 방법일 것이다. 이것을 만약 넘치지 못하게 뚜껑을 닫고 꽉 누른다면, 당장 물은 넘치지 않겠지만 내부 압력이 올라 언젠가 더 험한 꼴을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당장 든 예만 보더라도 결과를 입맛에 맞게 두들겨 고치는 방법이 원인을 찾아 고치는 방법에 비해 하수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왜 현실에서는 원인을 찾아 고치는 방법이 안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진정한 원인을 찾아내기가 그렇게 쉽지많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원인을 무시하고 결과에만 집중하면 대개 문제가 좀 더 간단명료해진다. "A가 문제입니다" 라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럼 A를 제거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부작용이야 어쨌든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낸다면 그걸로 OK인 것이다.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할 문제인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후자가 '당장 눈에 보이고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살을 빼려 하는 경우라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폭식 외의 대처 방법을 찾고, 적게 먹는 식습관을 들이고, 운동량을 늘려서 살을 빼고 하는 것보다는 당장 지방흡입술로 지방을 제거하는 것이 즉각적이고 힘도 덜 든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가 맞물려, 공직사회에서는 결과에 집중하는 방식이 더 선호되고 있는 것 같다.)

 세 번째 이유는 '진정한 원인을 알지만 그건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경우다. 위의 예에서 지방흡입술을 선택한 사람은 '운동하기 싫어서', 혹은 '식탐의 즐거움을 포기하기 싫어서'라는 이유로 원인을 고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원인을 고치지 않는 한 문제는 결코 스스로 사라져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인을 찾아 고치는 방법은 (원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선순환을 이끌어내고, 결과를 입맛에 맞게 고치는 방법은 (원인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악순환을 이끌어낸다. '순리'에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자가 후자보다 상수인 근본적인 이유이다.


 앞으로 많은 글들을 쓰고 수많은 것들에 대해서 논의를 하겠지만, 언제나 모든 사고의 중심 원리는 이 치병필구우본(治病必救于本)이 될 것이다. 우리가 비록 개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순리'는 언제나 자신의 입장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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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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