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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18 지브리 신작 "마루밑 아리에티" 감상평

지브리의 신작 "마루밑 아리에티" 보고 왔습니다.


 
일단 총평은 '역시 지브리!' 라는 느낌이었네요. 평화롭고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끊임없이 푸르른 자연의 정경이 펼쳐지구요.
 
무엇보다 주인공 아리에티가 무척 매력적입니다. :) 헤어스타일도 묶었다 풀었다 하면서 관객을 홀립니다.
지브리 여주인공 특유의 똘망똘망함이 가장 잘 살아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중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소인'들의 삶을 매력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느낌입니다.
'들키면 어떡하지' 라는 소인들 본연의 걱정과, 소인들이 느끼는 거대한 환경의 이질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 것 같습니다.
 
반면 스토리에 있어서는 지브리의 전작들(하울...이나 포뇨 등)과 마찬가지로 허점이 많이 보이는데요,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하얀 글씨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을 이미 보셨거나 혹은 스포일러를 상관치 않으시는 분은 아래 부분을 긁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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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엔딩이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인 관객들이 바라는 '해피엔딩'과는 다른 방향(아리에티 가족이 떠나가는 결말)으로 엔딩을 만들고 있는데요, 소인들에게 멋진 집을 마련해준다는 할아버지의 소망도 이루어지지 못했구요, 그래서 어떤 '실망감', '상실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점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못하겠는 게, 작품 자체의 엔딩도 괜찮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본 작품의 엔딩은 '소인들은 여전히 생존을 위해서 힘닿는 데까지 애쓰며 우리들의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남겨줍니다. 만약 아리에티 가족이 주인공 가족이 마련해준 멋진 인형의 집에서 살게 됐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는 해피엔딩일 지 모르겠으나 '인간들 곁에서 몰래 살아가고 있는 소인들의 존재'에 대한 로망은 깨어지게 됩니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가면서 이러한 느낌을 남겨주는 것도 가능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최선이었겠죠.
 
2.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 남주인공, 쇼우의 행동이 보는 이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이 아리에티 가족의 집을 파괴(?)하고 맘대로 새 부엌을 넣어주는 부분이겠죠. 이 부분은 여러가지 점에서 문제를 만들고 있는데, 1) 우선 쇼우가 선의를 베푸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왜 인형의 집을 통째로 주지 않았느냐 하는 점입니다. 부엌만 떼어주려는 바람에 잘 살고 있던 집의 벽채를 떼어내는 등의 폭력행위를 저지르고 선의도 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인형의 집 전체를 어딘가에 넣어주는 식으로 전개되었다면 아리에티 가족에게 확실한 선의가 전달되었을 겁니다. "우린 이사가지 않고 여기서 살아도 되는지도 몰라" 라고 말이죠. 물론 아리에티 아버지는 여전히 떠나가자고 했을 것 같습니다만, 이후에 식모아주머니에게 발견된다거나 인형의 집을 원래자리에 되돌려 놓는다거나 하는 전개에 있어서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쇼우의 행동은 좀 뜬금없습니다. 2) 이 부분이 만들고 있는 스토리상의 또 다른 에러는 쇼우가 아리에티 가족의 집이 어디 있는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다이렉트로 찾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전개가 반드시 필요했다면 적어도 쇼우가 어떻게 집의 위치를 알게 되었는지를 미리 묘사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3. 쇼우처럼 극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식모아주머니의 캐릭터성이 마치 사이코패스에 가까워 감정이입이 어렵고 어그로를 끌고 있습니다. 생김새도 어그로를 끌기에 충분할 만큼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부족하구요. 마치 '미저리'의 여주인공을 보고 있는 느낌도 듭니다. 원작에서는 아주머니가 쥐를 싫어한다든지 소인들이 훔친 것의 덤태기를 썼다든지 해서 소인들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 듯 한데, 애니에서는 별다른 이유가 묘사되고 있지 않아서 마치 스머프를 노리는 가가멜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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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난점에도 불구하고 '마루 밑 아리에티'는 전체적으로 꽤나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시각적인 풍성함을 받쳐주는 아름다운 음악들도 좋았구요.
 
하지만 아직 작품의 매력을 돈으로 바꾸어 끌어모을 만한 캐릭터 상품은 준비되지 못한 듯 합니다.
아리에티 참 예뻤는데 말이죠.

Posted by 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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