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평

 신카이 마코토 라는 인물은 "1인 제작 애니메이션" 이라는 충격으로, 청명하고도 아름다운 배경 작화 능력으로, 독특한 감수성이 가득 담긴 그만의 매력적인 작품들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온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값 만으로도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주저없이 극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의 침묵을 깨고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이 작품 "별을 쫓는 아이 : 아가르타의 전설"은 지금까지의 그의 캐리어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신카이 마코토의 청명함은 어디로 갔나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누구나 떠올릴 화사하면서도 청명한 색채감각, 창공을 수놓는 구름의 향연, 그러한 것들이 물론 이 작품에도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다른 사람이 그린 듯한', 그래서 영혼을 잃은 듯한 탁한 감각이 작품 전체를 휘감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다른 사람이 그린 걸까요, 아니면 신카이 마코토 본인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요. 이 작품의 비쥬얼은 통상의 일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의 색채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보였습니다. 스토리 라인이 무너진 상태에서 신카이 마코토라는 이름을 의식한 듯 강박적으로 쏟아지는 디테일한 배경 미술들은 관객을 피곤하게 만드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하는 것 같아보였습니다.

- 무너진 스토리라인

 작중에 주인공인 아스나는 이렇게 외치며 흐느낍니다. "나는 왜 여기에 온 걸까." 이 장면이 이 작품의 스토리가 처한 모든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주인공에게 앞으로 어떠한 상황과 시련이 다가올 것인지, 주인공이 목표하는 바는 무엇인지, 관객은 아스나와 마찬가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아니, 어느 정도 논리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그것에 확연하게 감정이 이입되지 못한다고 봐야겠죠. 아스나는 목숨을 걸고 저승(?) 끝까지 찾아가서 슌을 살려내야 할 만큼 슌에 대한 강한 인연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아스나는 자신의 앞길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끝이 어딘지를 알고 나아가는 반지원정대의 험난한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생 드라마가 되지만,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 것인지가 불분명한 아스나의 모험길은 보는 이를 피곤하게 만들 뿐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은 스토리라인에 거듭해서 반복되는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콕 집지도 못하겠는) 우연적인 사건들은 "그래도 마무리는 괜찮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마저 처참히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무너진 스토리라인은 기승전결의 흐름을 관객이 알 수 없게 만들었고, 어디까지 가면 결말일지를 알 수 없게 된 관객은 120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을 더욱 더 길게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전작들을 빛내주었던 텐몬 씨의 배경음악도 스토리의 붕괴 앞에 그저 따로 겉돌 뿐이었습니다.

- 참신하지 못한 디자인

 "별을 쫓는 아이"라는 작품을 보는 내내, "이것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인가, 아니면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의 캐릭터와 사물들이 내내 시각을 괴롭힙니다. 나우시카의 테토와 거신병, 라퓨타의 비행석과 거대로봇, 모노노케히메의 사슴신, 지브리에서 지겹게도 되풀이한 소녀와 악한, 소녀를 돕는 소년의 구도, 중세유럽 풍의 판타지세계, 모든 것이 식상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제일 참기 힘든 것은 참신하지 못한 것들이 "나 참신하지?" 하고 스스로를 어필하려는 자세입니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일까요? 아무래도 이 작품에는 쉽게 알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자신이 가진 독특한 개성마저 버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국민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싶었던 신카이 마코토 본인의 열망" 에 의한 것이었다면... 한여름 밤의 대실망 쇼가 되어버린 이 작품이 좀 더 올바른 방향에로의 전환점이 됐으면 합니다.



이 작품을 끝까지 본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


Posted by 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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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웹툰 정주행 시스템'을 지향하는 "툰드라이브"의 스마트폰 앱이 나왔습니다.
 
특별히 책갈피를 저장하지 않아도 이전에 본 화를 기억하는 등
기존의 어플들에 비해 사용이 무척 간편합니다.
앱 내용은 아래 리뷰에 자세히 나와있으니 참고해보세요. :)

아이폰 : http://itunes.apple.com/kr/app/toondrive/id450991076?mt=8
안드로이드 : https://market.android.com/details?id=chky.toondrive

써보시고 괜찮으시면 주변에도 추천 부탁드립니다. ('ㅈ')...



Posted by 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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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짬을 내어 이런 것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부끄러운 홍보글과 함께 올려봅니다.



 



툰드라이브 다운받기 : http://ancweb.cafe24.com/download/ToonDrive.exe




Posted by 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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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의 신작 "마루밑 아리에티" 보고 왔습니다.


 
일단 총평은 '역시 지브리!' 라는 느낌이었네요. 평화롭고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끊임없이 푸르른 자연의 정경이 펼쳐지구요.
 
무엇보다 주인공 아리에티가 무척 매력적입니다. :) 헤어스타일도 묶었다 풀었다 하면서 관객을 홀립니다.
지브리 여주인공 특유의 똘망똘망함이 가장 잘 살아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중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소인'들의 삶을 매력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느낌입니다.
'들키면 어떡하지' 라는 소인들 본연의 걱정과, 소인들이 느끼는 거대한 환경의 이질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 것 같습니다.
 
반면 스토리에 있어서는 지브리의 전작들(하울...이나 포뇨 등)과 마찬가지로 허점이 많이 보이는데요,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하얀 글씨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을 이미 보셨거나 혹은 스포일러를 상관치 않으시는 분은 아래 부분을 긁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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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엔딩이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인 관객들이 바라는 '해피엔딩'과는 다른 방향(아리에티 가족이 떠나가는 결말)으로 엔딩을 만들고 있는데요, 소인들에게 멋진 집을 마련해준다는 할아버지의 소망도 이루어지지 못했구요, 그래서 어떤 '실망감', '상실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점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못하겠는 게, 작품 자체의 엔딩도 괜찮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본 작품의 엔딩은 '소인들은 여전히 생존을 위해서 힘닿는 데까지 애쓰며 우리들의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남겨줍니다. 만약 아리에티 가족이 주인공 가족이 마련해준 멋진 인형의 집에서 살게 됐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는 해피엔딩일 지 모르겠으나 '인간들 곁에서 몰래 살아가고 있는 소인들의 존재'에 대한 로망은 깨어지게 됩니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가면서 이러한 느낌을 남겨주는 것도 가능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최선이었겠죠.
 
2.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 남주인공, 쇼우의 행동이 보는 이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이 아리에티 가족의 집을 파괴(?)하고 맘대로 새 부엌을 넣어주는 부분이겠죠. 이 부분은 여러가지 점에서 문제를 만들고 있는데, 1) 우선 쇼우가 선의를 베푸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왜 인형의 집을 통째로 주지 않았느냐 하는 점입니다. 부엌만 떼어주려는 바람에 잘 살고 있던 집의 벽채를 떼어내는 등의 폭력행위를 저지르고 선의도 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인형의 집 전체를 어딘가에 넣어주는 식으로 전개되었다면 아리에티 가족에게 확실한 선의가 전달되었을 겁니다. "우린 이사가지 않고 여기서 살아도 되는지도 몰라" 라고 말이죠. 물론 아리에티 아버지는 여전히 떠나가자고 했을 것 같습니다만, 이후에 식모아주머니에게 발견된다거나 인형의 집을 원래자리에 되돌려 놓는다거나 하는 전개에 있어서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쇼우의 행동은 좀 뜬금없습니다. 2) 이 부분이 만들고 있는 스토리상의 또 다른 에러는 쇼우가 아리에티 가족의 집이 어디 있는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다이렉트로 찾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전개가 반드시 필요했다면 적어도 쇼우가 어떻게 집의 위치를 알게 되었는지를 미리 묘사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3. 쇼우처럼 극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식모아주머니의 캐릭터성이 마치 사이코패스에 가까워 감정이입이 어렵고 어그로를 끌고 있습니다. 생김새도 어그로를 끌기에 충분할 만큼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부족하구요. 마치 '미저리'의 여주인공을 보고 있는 느낌도 듭니다. 원작에서는 아주머니가 쥐를 싫어한다든지 소인들이 훔친 것의 덤태기를 썼다든지 해서 소인들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 듯 한데, 애니에서는 별다른 이유가 묘사되고 있지 않아서 마치 스머프를 노리는 가가멜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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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난점에도 불구하고 '마루 밑 아리에티'는 전체적으로 꽤나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시각적인 풍성함을 받쳐주는 아름다운 음악들도 좋았구요.
 
하지만 아직 작품의 매력을 돈으로 바꾸어 끌어모을 만한 캐릭터 상품은 준비되지 못한 듯 합니다.
아리에티 참 예뻤는데 말이죠.

Posted by 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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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감상평

만화/애니 2009. 8. 10. 12:41




총평

전반적으로 무척 깔끔한 작품이었습니다. 군데군데 개그씬들이 빛을 발하면서도 내용의 흐름이 무엇 하나 빠진 것 없이 기승전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져나가는 것이, 감독의 완숙한 역량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드물게도 노인의 입장에서 작품을 그려나가고 있는데, 감정 이입이 잘 되어 어린 나이의 관객들도 비교적 쉽게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머리속에 떠올랐던 것은, 웹툰 '무한동력'에서 나왔던 대사였습니다. (아마도 이 대사를 가슴 속에 새겨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죽을 때 못먹은 밥이 생각나겠나, 못이룬 꿈이 생각나겠나?"

인생에서 뒷정리를 준비해야 할 때,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십중팔구 지난 시간들의 추억과, 회한과, 그리고 못이룬 꿈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겠죠. 하지만 프레데릭센 할아버지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못이룬 꿈을 이루어보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에 끝까지 가슴 속에서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는 꿈은 어릴 적에 꿈꿨던 그 꿈과 완전히 동일한 순수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은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다가, 다시 아이로 되돌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의 황혼에 선 주인공을 내세운 이 작품이 나이어린 관객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쥬얼

최근의 3D 애니메이션의 비쥬얼은 솔직히 대부분 흠잡을 데 없는 수준까지 도달해 있고, "Up" 역시 화려하고도 색채감 넘치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하자면 위의 이미지에서 보이듯이 풍선 집에 두 사람이 줄로 엮여있는 기묘한 상황이 극 내내 굉장히 역동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액션을 연출해줍니다. 극의 대부분이 하늘에서 펼쳐지는 데서 오는 쾌청한 붕유감(?)도 작품을 즐겁게 하는 요소입니다.


마무리

작중에서 러셀은 열성 보이스카웃 소년으로 나오는데, 러셀에게는 꼭 해야 할 일, 즉 '노인 공경'이라는 마지막 뱃지를 채우는 일이 남아있었습니다. 프레데릭센 할아버지에게도 꼭 해야 할 일, 죽기 전에 못 이루었던 꿈을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었죠. 어찌됐거나 목표를 이룬 시점에서 프레데릭센 할아버지는 다시금 안락의자에 앉아 남은 시간을 죽음을 기다리며 보내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갑니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남아있음을 깨달은 시점에서 프레데릭센 할아버지는 러셀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의 활력감을 보여주죠. 러셀이 두르고 있던 뱃지들을 기운차게 둘러맨 모습은 다시금 보이스카웃에 모험을 동경하는 소년으로 돌아간 듯 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장면이 제작진의 최종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이상, 충분히 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나고 아름다운 모험 속에 인생의 진중함이 녹아있는 작품, "Up"을 추천해드립니다.


Posted by 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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