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전반적으로 무척 깔끔한 작품이었습니다. 군데군데 개그씬들이 빛을 발하면서도 내용의 흐름이 무엇 하나 빠진 것 없이 기승전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져나가는 것이, 감독의 완숙한 역량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드물게도 노인의 입장에서 작품을 그려나가고 있는데, 감정 이입이 잘 되어 어린 나이의 관객들도 비교적 쉽게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머리속에 떠올랐던 것은, 웹툰 '무한동력'에서 나왔던 대사였습니다. (아마도 이 대사를 가슴 속에 새겨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죽을 때 못먹은 밥이 생각나겠나, 못이룬 꿈이 생각나겠나?"
인생에서 뒷정리를 준비해야 할 때,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십중팔구 지난 시간들의 추억과, 회한과, 그리고 못이룬 꿈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겠죠. 하지만 프레데릭센 할아버지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못이룬 꿈을 이루어보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에 끝까지 가슴 속에서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는 꿈은 어릴 적에 꿈꿨던 그 꿈과 완전히 동일한 순수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은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다가, 다시 아이로 되돌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의 황혼에 선 주인공을 내세운 이 작품이 나이어린 관객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쥬얼
최근의 3D 애니메이션의 비쥬얼은 솔직히 대부분 흠잡을 데 없는 수준까지 도달해 있고, "Up" 역시 화려하고도 색채감 넘치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하자면 위의 이미지에서 보이듯이 풍선 집에 두 사람이 줄로 엮여있는 기묘한 상황이 극 내내 굉장히 역동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액션을 연출해줍니다. 극의 대부분이 하늘에서 펼쳐지는 데서 오는 쾌청한 붕유감(?)도 작품을 즐겁게 하는 요소입니다.
마무리
작중에서 러셀은 열성 보이스카웃 소년으로 나오는데, 러셀에게는 꼭 해야 할 일, 즉 '노인 공경'이라는 마지막 뱃지를 채우는 일이 남아있었습니다. 프레데릭센 할아버지에게도 꼭 해야 할 일, 죽기 전에 못 이루었던 꿈을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었죠. 어찌됐거나 목표를 이룬 시점에서 프레데릭센 할아버지는 다시금 안락의자에 앉아 남은 시간을 죽음을 기다리며 보내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갑니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남아있음을 깨달은 시점에서 프레데릭센 할아버지는 러셀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의 활력감을 보여주죠. 러셀이 두르고 있던 뱃지들을 기운차게 둘러맨 모습은 다시금 보이스카웃에 모험을 동경하는 소년으로 돌아간 듯 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장면이 제작진의 최종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이상, 충분히 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나고 아름다운 모험 속에 인생의 진중함이 녹아있는 작품, "Up"을 추천해드립니다.